공모펀드 자금, ETF로 대이동…"개인 투자자 몰리자 시장 급팽창"

입력 2023-06-30 18:34   수정 2023-07-01 01:32

일반 투자자들 사이에서 이름도 생소했던 상장지수펀드(ETF)가 본격적인 인기를 끌기 시작한 것은 코로나19 사태가 터진 2020년 전후다. ‘동학개미운동’ ‘서학개미운동’ 등을 통해 증시에 유입된 개인투자자들은 주식처럼 거래할 수 있는 ETF란 상품에도 관심을 보였다. 공모 펀드의 인기가 점점 시들해지는 시점에서 자산운용사들은 ETF를 새로운 먹거리로 생각하고 경쟁적으로 다양한 상품을 내놓으며 시장의 크기를 키웠다.
○해외 투자형 등장으로 시장 커져
국내에 ETF가 처음 등장한 2002년에는 대표 시장지수인 코스피200을 추종하는 상품밖에 없었다. 하루 평균 거래대금 3000억원 중 개인투자자 비중은 30%에 그쳤다. 2006년에는 이 비율이 18%까지 내려가는 등 개인들로부터 외면받았다.

2009년 시행된 자본시장법은 ETF 발전의 제도적 기반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법 시행으로 지수 등락률을 두 배 추종하는 레버리지 ETF를 만들 수 있게 됐고, 2010년 코스피200지수를 기초로 한 레버리지 ETF가 처음 상장됐다. 이후 레버리지와 인버스(지수 등락률을 역으로 추종) ETF를 이용하는 것이 새로운 투자전략으로 자리매김하게 됐다.

코로나19 사태로 각국 정부가 돈 풀기에 나서며 유동성 장세에 들어선 것은 ETF 시장이 급격히 커지는 촉매제가 됐다. 개인투자자들이 국내 주식뿐 아니라 해외 주식까지 사들이기 시작하자 자산운용사들은 해외 시장에 투자하는 ETF를 국내에 잇따라 상장했다. 미국 테크(기술)기업에 투자하는 상품, 미국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 등 해외 업종 지수를 추종하는 상품, 중국 전기차 및 2차전지주로 구성된 상품 등이 이 시기에 줄줄이 나왔다. 지수를 70%만 추종하고 나머지는 펀드매니저가 마음대로 종목을 넣었다 뺄 수 있는 주식형 액티브 ETF도 2020년 출시됐다.

전체 ETF 순자산총액에서 해외 투자형 상품이 차지하는 비중은 2020년 10%에서 현재 25%로 높아졌다. ETF 하루 평균 거래대금 중 개인투자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50%까지 올라왔다. 김남기 미래에셋자산운용 ETF운용부문 대표는 “국내 시장에서도 편하게 해외 기업에 투자할 수 있게 되면서 개인투자자의 유입이 많아졌다”고 설명했다.
○공모 펀드 줄자 ETF에 ‘사활’
ETF 시장이 커지며 공모 펀드의 순자산총액은 점점 줄고 있다. 공모 펀드의 순자산은 2007년 170조원이 넘었지만 지난 5월 말 기준으로 110조원까지 내려왔다.

ETF의 거래 편의성과 낮은 수수료로 인해 공모 펀드가 설 자리는 점점 좁아질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자산운용사들이 ETF 판매 확대에 사활을 거는 이유다.

ETF는 홈트레이딩시스템(HTS),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 등을 통해 주식처럼 매매할 수 있다. 공모 펀드는 온라인으로 가입할 때도 각종 절차를 거쳐야 한다. 은행이나 증권사 창구를 이용하면 가입하는 데 길게는 두 시간 정도가 소요된다.

공모 펀드는 자산운용사가 떼가는 운용보수와 은행 증권사 등이 가져가는 판매보수 등을 합해 1.5% 정도(C클래스 기준)를 연간 수수료로 내야 한다. ETF는 운용보수로 0.5% 정도만 내면 된다.

김정현 신한자산운용 ETF사업본부장은 “20·30대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금융소비자는 투자의 편의성, 비용 및 시간의 효율성 등을 중시하고 있다”며 “유통 부문에 쿠팡, 배달의민족 등이 있듯이 금융상품 중에는 ETF가 가장 큰 수혜를 봤다”고 말했다.

다만 ETF 시장이 빠르게 커지면서 레버리지, 2배 인버스 등 고위험·고수익 매매를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공모 펀드 시장이 위축된 가운데 ETF만 늘어나면 금융지식이 적은 개인들의 투자 소외 현상이 커지는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이태훈 기자 bej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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